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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2

(아직) 가고 있는 사람들 - 문지혁 <고잉 홈> 10여 년 전 뉴욕 플러싱에서 6개월을 살았다. 매일 맨하탄에서 수업을 들고, 오후 시간에는 미술관과 도서관을 오가며 한가롭고도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티켓을 연장하지 않았다. 그때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그 뒤로는 해외에서 거주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 6개월 동안 나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었다. 내가 앞으로 이곳에서 삶을 꾸려간다고 해도 나는 영원히 이방인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건 아마 내가 뉴욕 플러싱에서 보고 만난 사람들의 영향일 탓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늘 이 도시에 뿌리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들의 간절함은 항상 티가 났고, 나는 초조로 가득한 삶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문지혁의 은 그 당시 내가 만났던 뉴욕의 한인들과 닮았.. 2024. 3. 25.
공간에 관한 책 2권 - 23년 10월 (1) 10월 첫 번째 주에는 공간에 관한 에세이 두 권을 읽었다. 이광호의 과 조르주 페렉의 이다. 에선 공간/장소에 관한 추천 책 리스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페렉의 이었다. (마침 도서관에 다른 책을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페렉의 책부터 읽게 되었다.) 두 책은 비슷한 구성을 지녔고, 공간/장소에 관한 생각이 유사하다. 공간은 '동사'로 존재하며,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곳은 의미를 획득해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존재하게 된 공간은 물리적으로 변하더라도 (설령 없어지더라도) 영원히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개념이 재밌었다. BOOK 1. 이광호 특정한 장소가 연인들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장소의 물질적·지리적·구조적 특징 때문이 아니라, 연인들의 사.. 2023.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