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읽기5 (아직) 가고 있는 사람들 - 문지혁 <고잉 홈> 10여 년 전 뉴욕 플러싱에서 6개월을 살았다. 매일 맨하탄에서 수업을 들고, 오후 시간에는 미술관과 도서관을 오가며 한가롭고도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티켓을 연장하지 않았다. 그때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그 뒤로는 해외에서 거주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 6개월 동안 나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었다. 내가 앞으로 이곳에서 삶을 꾸려간다고 해도 나는 영원히 이방인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건 아마 내가 뉴욕 플러싱에서 보고 만난 사람들의 영향일 탓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늘 이 도시에 뿌리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들의 간절함은 항상 티가 났고, 나는 초조로 가득한 삶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문지혁의 은 그 당시 내가 만났던 뉴욕의 한인들과 닮았.. 2024. 3. 25. 정말 도움이 될까?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글쓰기에서 정직은 문제의 수많은 결점을 상쇄시켜주는 미덕이다. (…) 글을 쓰면서 자기가 알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212P) 많은 소설 쓰기 책이 그렇듯, 이 책 역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 소설을 쓰는 일엔 정해진 규칙이나 방법론은 없다(물론, 기초적인 건 있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으면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많은 작품을 경험해야 하는 것처럼, 소설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많이 쓰고 (이왕이면) 양질의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렇기에 스티븐 킹의 는 습작생이라면 한 번 쯤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굉장히 '유혹'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작가는 소설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전 자신의 유년시절과 습작생 시절에 대해 .. 2023. 10. 25.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다- 데리언 니 그리파 <목구멍 속의 유령> 평소 주방 일을 즐긴다. 특히 요리를 할 땐 흥이 난다. 머릿속으로 레시피를 읊으며 재료를 꺼내 다듬을 때면 무엇이든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식재료는 가지런히 놓여 자신이 쓰임 받을 것을 기다리고, 내 손에 닿기 좋은 자리에 놓인 각종 양념은 언제나처럼 나를 돕는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줄 사람이 있다면 재미가 배가 된다. 그는 내가 자신에게 음식을 내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넣었는지도 모르는 채, 내 음식을 자신의 입 안으로 넣게 된다. 그것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먹게 되어 있다. 기쁨을 느낀다. 엄마가 그러했듯, 그의 딸인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다. - , 데리언 니 그리파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시집 .. 2023. 9. 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