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에서 정직은 문제의 수많은 결점을 상쇄시켜주는 미덕이다. (…) 글을 쓰면서 자기가 알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212P)
많은 소설 쓰기 책이 그렇듯, 이 책 역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 소설을 쓰는 일엔 정해진 규칙이나 방법론은 없다(물론, 기초적인 건 있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으면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많은 작품을 경험해야 하는 것처럼, 소설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많이 쓰고 (이왕이면) 양질의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렇기에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습작생이라면 한 번 쯤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굉장히 '유혹'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작가는 소설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전 자신의 유년시절과 습작생 시절에 대해 썼다. 그의 말대로 그의 과거는 흔히 전설처럼 내려오는 어느 천재 작가의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여느 소년들처럼 말썽을 피웠으며, 때로는 병 때문에 아팠고, 자신을 과신하기도 했다. 또, 많은 습작생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거쳤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면 시간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위대한 작가가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것이라 생각한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프롤로그를 넘어가서야 소설 쓰기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 예를 들어 묘사를 어디까지 할지, 인물들의 대화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플롯보단 이야기가 중요하다 등등 기본적인 방법이 담겼다(기본적이지만 종종 잊게 되는 것이라, 도움이 되긴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들을 넘어 가장 좋은 소설 쓰기란 '정직한 것'이다. 쓰는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하다.
에필로그에는 이 책을 쓰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사건이 나온다. 엄청난 부상을 입어 1시간을 앉아 있지도 못하던 순간에 그는 글을 썼다. 이미 유명한 작가였기에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 때였다. 그럼에도 썼다. 글쓰기가 그를 살게 하는 일이기에, 그는 써야 했다. 글 앞에서 스티븐 킹은 살아있다.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아직까지 잡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그러고 싶어서다.
방황하고 있을 때(나처럼),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나처럼), 왜 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을 때(나처럼),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용기가 된다. 더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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