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 (아직) 가고 있는 사람들 - 문지혁 <고잉 홈> 10여 년 전 뉴욕 플러싱에서 6개월을 살았다. 매일 맨하탄에서 수업을 들고, 오후 시간에는 미술관과 도서관을 오가며 한가롭고도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티켓을 연장하지 않았다. 그때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그 뒤로는 해외에서 거주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 6개월 동안 나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었다. 내가 앞으로 이곳에서 삶을 꾸려간다고 해도 나는 영원히 이방인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건 아마 내가 뉴욕 플러싱에서 보고 만난 사람들의 영향일 탓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늘 이 도시에 뿌리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들의 간절함은 항상 티가 났고, 나는 초조로 가득한 삶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문지혁의 은 그 당시 내가 만났던 뉴욕의 한인들과 닮았.. 2024. 3. 25. 1월에 읽은 책들 1월에는 한가하면서도 바빴다. 무엇 하나에 집중하는 게 어려워서 이것저것 잡아 읽다 보니, 크게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럼에도 소소하게 좋았던 책이 있긴 했다. 1. 모니카 마론 백살인지, 아흔살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노인이 자신의 옛 연인을 기억한다. 매일, 그를 기억하는데 모든 시간을 쓴다. 중년의 나이에 만나게 된 사람이었다. 그는 아내가 있었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그에게 빠져들었다.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어쩐지 아니 에르노의 을 떠올리게 했다. 스토리도 그렇거니와, 사랑과 기다림으로 점철되어 생각이 끊임없이 흐르는 서술 방식이 에르노의 글과 닮았다. 사랑의 속성에 대해, 그 밑바닥까지 샅샅이 훑는 방식이 굉장히 유사하지만, 은 '기이한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2024. 2. 6. 10월 독서일기 2 - 소녀의 성장에 대하여 일주일이나 늦은 10월의 책일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어, 한 단어 씩 겨우 쓰고 있다. 10월에는 7권의 책을 읽었다. 11월이 시작하자 속도가 더뎌졌다. 새로운 책을 몇 권 구입했고 도서관에서도 빌려왔다. 책꽂이에 쌓여가는 책이 숙제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보려 노력 중이다. 실패하는 날들이 더 많다. 말이 많아지고 글에는 알맹이가 없어진다. 과거를 많이 생각한다. 요즘은 과거의 일들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때의 나는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늘 불안했고 초조했다. 술을 많이 마셨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엇나가려 했다. 내가 아닌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주었고, 상처를 받지 않으려 도망다녔다. 하지만 도망친 곳은 날카로.. 2023. 11. 9. 이전 1 2 3 다음